질병관리본부장 등 주요 실무자 전부 ‘양의사’…수장 물갈이면 만사 해결?
메르스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부실한 방역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제 역할을 못한 방역 당국 구조 개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에 근무하는 전문가인 ‘양의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공무원 특유의 시스템 상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실제 방역 현장에서 보인 실무적 차원의 사소한 실수들이 화를 키웠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요 요직이 양의사로 구성된 질본…메르스 전파력 약하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당시 중동지역에서의 메르스 관련 정보를 근거로 ‘전파력이 약하다’는 점만 강조했던 질병관리본부는 내내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메르스 확산 초기인 지난달 21일 양병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은 “전염력이 낮고, 두 번째 환자도 미열이 있는 정도 외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며 한가한 얘기만 늘어놨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양병국 본부장은 복지부 공공보건과장, 보건의료정책과장, 질본 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을 역임한 감염병 분야 베테랑이다. 질본 내에 양의사 출신 전문가는 더 있다. 허영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 등 질본 내 요직은 대부분 양의사다. 메르스의 감염력이나 확산 정도, 환자 상태 파악 등은 복지부 장관이나 행정 공무원들의 영역도 아니고 엄연히 전문가가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분야다. 연구 중심 질본을 강조하던 그간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술한 방역 시스템…격리 가이드라인 존재하나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방역 당국은 메르스 자가 격리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허술한 역학조사와 부실한 격리대상자 관리로 이웃국가에까지 민폐를 끼치는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일례로 자가 격리 기간을 제때 연장하지 않았던 172번 환자는 발열증상이 나타난 6월 15일 외출을 했고,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주민센터를 잠깐 방문한 것 이외에는 접촉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지만 추후에 “대청병원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최종 노출일을 좀 더 정교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누락이 발생했다”고 실수를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초기에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의 격리대상자를 너무 좁게 잡은 탓에 2차, 3차 감염이 속출했고, 결국은 병원 간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했고,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아무 조치도 않는 등 질본의 무능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한 네티즌이 “자가 격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수건이나 그릇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직장인의 경우 격리 확인은 어떻게 회사에 알려야 하는지 문자로라도 매뉴얼을 알려줄 수 있을 텐데 매뉴얼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하자 질본은 “메르스 관련 답변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어 할 말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했다.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 질병 관리 가이드라인이 복지부 공무원들의 영역이라며 떠넘기는 태도는 그들 스스로 전문성을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난마저 나오게 했다.
전문가가 장악한 식약처, 백수오 파동서 보듯 컨트롤 타워 역할 부재는 여전
식약‘청’에서 ‘처’로 승격된 지 3년. 조직을 정비하고 식의약 안전관리의 콘트롤 타워로서 기능을 하겠다며 약사 출신이 처장을 맡았지만 그간 식약처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백수오 뿐만 아니라 16000개의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보건의료계 한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해 청으로 독립시키거나, 보건복지부 내 2차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청이 처가 되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수장 자리에 앉혀 놓는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냐”며 “시스템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인데 수장이든 해당 분야의 실무를 맡은 전문가든 제 역할을 못하면 결국 그 밥에 그 나물 아니겠냐”고 푸념했다.
복지부 장관, 위급 상황 시 질병관리본부장에게 권한 위임 가능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검역법 중 제 2조 (권한의 위임)을 살펴보면 ‘제37조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각 호의 권한을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위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장관의 역할에 준하는 수준의 역할을 질병관리본부장에게도 허락한다는 의미로 장관의 지시만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권한이 부여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손 놓고 장관의 지시를 기다리느라 또는 비효율적 공무원 시스템 때문에 상대적으로 권한이 적어서 할 수 없는 게 많았다는 변명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