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명칭, ‘Korean Medicine’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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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일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의협과의 기나긴 싸움이 일단락됐다. 대한한의사협회 ‘영문명칭 사용금지 등’ 소송에서 법원이 한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5월 10일 의협에 의해 시작된 영문명칭 소송은,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사용금지’ 본안 소송 청구로 이어졌다. 법원은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의협의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지난 12일 사용금지 청구 본심에서도 의협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한의협은 연이은 승소로 인해 2013년 변경한 한의학 영문명칭(Korean Medicine)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년에 걸친 소송과 그 중심에 있는, 새로운 영문명칭에 대한 이야기를 정연일 한의협 국제이사에게 들어본다.

영문명칭 승소는 한의계 역량 시금석

“이번 영문명칭 승소는 협회와 회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과라 할 수 있어요.”
정연일 국제이사는 이번 승소를 “한의계 역량의 시금석”이라고 정의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변경한 한의학 영문 명칭을 외부 기관에 의해 2년이 넘는 소송을 이어오다가 마침내 일단락 한 쾌거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의학은 ‘Korean Medicine’, 한의협은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법원을 통해 증명 받은 셈이다.

KM, 한국을 대표하는 의학으로서의 정체성 표현

“기존 명칭을 떠나 ‘Korean Medicine’을 대내외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중의학과 다른 독립된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거죠.”
정 이사는 한의학은 기존에 ‘Oriental Medicine’ 등으로 불리며 전통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정체성 상실이 국내외적 경쟁력 약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 이사는 새 영문명이 한의학(사)가 사회적으로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 장담했다.
또 정 이사는 새로운 영문명칭에 대한 해외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기존 명칭이 주는 이미지가 한의학을 지엽적인 의학이나 대체의학에 참여하는 정도로 이해할 위험성을 내포했던 탓이다. 반면 이번 명칭으로 인해 한국을 대표하는 의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존중 받기에 더욱 수월해졌다는 입장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세계화 바라봐야

“전통의학에 대한 기반이 비교적 덜 갖춰진 곳이나 호의적인 국가들에 한의학 진료를 전파하는 등 큰 그림도 그려볼 필요가 있어요.”
한의학의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정 이사는 설명했다. 특히 전통의학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곳이나 러시아, 유럽 대다수 국가들에 한의사들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국내 제반 한방산업 지원, 나아가 현대의료기기의 적극적인 사용까지 보장된다면 보다 많은 임상데이터 축적으로 한의학의 세계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사등록 임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