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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사용④] “한의계, 교육 강화 등 정비…큰 힘에는 큰 책임 따라”

긴급기고-경희대한방병원 김현호 박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④
[981호] 2015년 01월 19일 (월) 김현호 mjmedi@mjmedi.com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최근 의료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전임의로 있는 김현호 박사가 이 문제와 관련 긴급기고를 했다. 민족의학신문은 4차례로 나눠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①의료기기란 무엇인가
②의료기기 사용의 법적 근거와 임상적 당위성
③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오해와 그 해답
④한의사, 한의계가 해야 할 일 / 한의약의 재도약
한의사, 한의계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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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의 사용은 분명 한의학과 한의사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그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우리들에게도 분명히 이 세찬 변화 속에서 준비하고 더욱 강화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한의사와 한의계가 해야 할 일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제언하고자 한다.

(1)의료기기를 이용한 측정과 진단 교육 강화와 그 주체에 관한 명시적 확인
약 2년 전, 전국 한의과대학의 (속칭)양방과목을 담당해오신 의대 교수들이 더 이상 출강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한 적이 있었으며,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결정사항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양방과목’으로 알려져 있는 기초의생명과목들의 대부분은 이미 한의대 교수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운영된 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부분은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임상병리학)’ 정도였으며, 통보 이후 각 대학은 각자의 재량 하에 해당 과목들을 운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위해 애써왔다.

교육이 정치논리에 희생이 된 것이 무척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시점부터는 더 이상의 아웃소싱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기도 하며, 실질적으로 경희대학교의 경우에는 진단생기능의학교실에서 진단검사의학을 담당하여 한의대 내부 자체 교육 범주로 이를 가져와 운영하고 있다. 한의사에게 허용될 의료기기가 어디까지인가라는 것은 정치 논리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발표가 되어야 알 수 있으나,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상저변 확장 함께 전문인력 양성 시급
사이비 창궐 제재 자체정화 능력 보여야

한의사가 일선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학문적, 교육적인 지원을 충분히 하기 위해서는 해당 과목의 연구, 교육, 임상의 강화와 함께, 그 주체와 전문가에 대한 명시적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학에 있어 진단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나, 실제 각 한의과대학에서는 여전히 진단학, 진단생기능의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인원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사용권을 정상화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교육과 학술의 체계, 그리고 나아가 임상과의 연계성도 재정비 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의료기기 사용 목적에 관한 분명한 자세
이는 앞서 언급한 임상적 당위성에 대한 부분과 같은 맥락을 가진다. 인간의 인식은 취약하기 때문에, 목적과 수단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사로서 자신이 어떠한 목적으로 이 검사를 행하는지를 확고히 하고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 하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제안을 하며,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환자 친화적인 한의학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의학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쌓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3)한의치료의 한계와 전원, 컨설트의 가능성 인지
거의 모든 한의사가 상식을 가지고 의학 지식이라는 전문 지식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정확히 측정할 수단이 박탈되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의료체계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하였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진료를 행해오면서, 개인의 능력과 한의학의 능력을 상회하는 질병 상태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의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한의원에서 무리한 치료를 하려는 시도가 발생하여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물론 일부의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이러한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구를 충분히 활용하여 그 한계 안에서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상급의료기관 또는 양방 의사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함을 알고 있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이원화된 의학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길이며, 한의학이 현재 의료체계에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일이며, 무엇보다도 환자가 사는 길이다.

(4)사이비의 창궐을 제재하는 자체 자정 능력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숫자의 힘을 빌리는 사이비(비과학)의 창궐이다. 숫자의 힘을 빌린 사이비는 감정에 호소하는 사이비보다 더욱 위험하고, 더욱 유혹되기 쉬우며, 심지어는 그 숫자가 더욱 많다.

물리적, 한의학적으로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의료기기의 사용이 한의사에게 허용되면 그 틈에서 전문가의 양심을 버리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사적 강의들이 범람할 것이 우려된다. 휴리스틱을 이용한 주관적 판단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는 진단, 변증 행위와 달리, 의료기기를 이용한 측정 그 자체는 변하지 않는 증거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과학의 유행은 빠른 시간 안에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과학의 영역을 악용하여 한의사의 열정에 기생하는 사이비를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 그리고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5)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의료기기를 이용한 객관적 측정은 분명 큰 힘이 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힘은 ‘숫자의 신뢰성과 설득력’이다. 이를 통해 바로 진단과 판단의 정밀성을 높이고, 의료 대상자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고, 한방의료행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이는 우리에게 무한책임을 부여한다. 해석과 판독의 책임, 합리적 설명과 설득의 책임, 치료 목표로 삼은 지표의 개선 책임 등이 동시에 부여된다. 숫자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도구이다.

우리가 물리량을 합법적으로 측정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이제부터는 그 물리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당뇨를 치료하겠다고 하였으면 혈당 수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고지혈증을 치료하겠다고 하였으면 지질 농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부정맥과 협심증을 치료하겠다고 하였으면 심전도와 심장효소수치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전신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모호한 말로는 더이상 변호가 되지 않는다. 한의학과 한의사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많아질 것이며, 복잡한 인체에 대하여 한의사인 우리는 더욱 세밀하게, 보수적으로,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야 할 것이다.

(6)전문인력의 양성
한의계는 반드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6년과정을 마치고, 4~5년의 영상의학과 수련을 마쳐야만 영상검사에 대해 제대로된 판독을 할 수 있다는 의사들의 논리는 실제 양방 개원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현실성 없는 주장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수련 없이 일반의로서 영상을 보고, 혈액검사를 해석하며, 초음파를 시행할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나, 양방 의학 체계에 따르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의로 대표되는 전문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모든 검사를 그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다 책임질 수도, 책임질 필요도 없으나, 최종적 위치에 전문의 집단이, 전문가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매우 든든한 일이며, 학술적인 부분에 있어 학문의 발전과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의계에는 그러한 집단이 없다. 임상 각과 전문가 입장인 전문의들은 한의계에도 존재하지만, 한의학에서 의료기기 및 진단을 다루는 한의진단학과 생기능의학에 대해서는 교육과 연구와 임상과 감독의 책임을 가지는 전문의 제도가 없다. 경희대학교만이 병원에 진단생기능의학과가 설치되어 의료기기와 진단에 관련한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으나, 이 역시 독립된 전문 과목으로서가 아니기 때문에 대외적 국민 정서 획득 및 구조적 동등성에 대한 한계가 있다.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앞으로 다가올 양방 의학계와의 각종 갈등과 크고 작은 싸움은 차치하고서라도, 한의학의 임상적 저변 확장과 교육 체계의 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의료기기 이슈에서 볼 수 있듯이, 법령을 정하고 행정을 행하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명분을 세우는 것은 국민의 의견일 뿐 의사나 한의사의 의견이 아니다. 최선의 의료를 원하는 국민의 정서와, 명문화 되어 집행되는 법의 정서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임 있는 진단생기능의학 전문의 양성이 시급하다.

한의약의 재도약

임상 현장에서 최선의 의료를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한의사의 자유로운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학 연구 자체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는 자유로운 의료기기 사용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증상, 증후, 변증개념과 의료기기를 활용한 측정치 및 질병과의 상관성 연구가 무척 활발하며, 출판된 논문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빅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언스로 대표되는 현대 의료 정보의 헤게모니 이동을 살펴보았을 때, 정량화된 증거로서의 한의학이 새롭게,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외연을 확장하여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의학계 내에서도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자원 분배의 효율을 증대시킬 것이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외국의 학자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론과 기저 철학이 구축되리라 생각한다.

과학의 기반이 되는 사유와 인식의 철학은 숫자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철학에서 출발하여 구체화되어 인류에 공헌하는 과학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숫자가 필요하다. 그것이 숫자의 힘이며, 정량화의 힘이다.

한의계 의료기기 사용의 정상화를 통해, 임상으로서의 한의치료와 학문으로서의 한의학이 국민건강 속으로, 세계 속으로 스며들고 뻗어나갈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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