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한의계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 건의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 ‘일관’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놓고 보건복지부가 ‘이 부분은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야기시킨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국내 유명 로펌 5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은 현행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을 개정하여 [별표 6]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방병원·한의원·한의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놔 주목되고 있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운영 주체는 의료인 아닌 의료기관
실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관련 의료법령을 살펴보면 의료법 제37조제1항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에는 △의사 △치과의사 △이공계 석사학위(물리학과, 전자, 전기, 의공, 방사선) 소지자로 이 분야의 실무경력 1년 이상인 자 △방사선사 △치위생사로 이 분야의 실무경력 3년 이상인 자 등으로 돼 있다.
이러한 관계 법령에 의하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운영하는 주체는 의료인이 아닌 의료기관이며, 의료기관에는 의원·치과의원·병원·치과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과 함께 한의원과 한방병원도 의료법 제3조에 의료기관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령 별표 6이 상위법인 의료법 제37조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매우 기형적인 형태로, 의료법 제37조에서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제한하거나 그 제한내용에 대해 하위법령에 위임하지 않고 있어, 모든 의료기관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공계 석사나 치위생사도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이 있는데, 유독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만 배제돼 있는 것은 전형적인 한의약 차별정책 중 하나이다.
한의사, 감염병 관련된 업무 양의사와 동일 불구 예방접종에서만 제외
이러한 한의약 차별정책은 비단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례로 ‘건강검진기본법’에는 의료인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보건복지부령에는 양의사와 치과의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한의사는 누락돼 있다. 또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한 예방접종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한의사는 (감염병의)진단·신고·역학조사·예방·소독은 물론 예방접종 사후관리에 대해서도 양의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시행령에서 ‘양방’으로만 제한돼 한의사는 감염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양의사와 동일하게 할 수 있지만 ‘예방접종’에서만 양의사와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한의사에게만 차별적인 각종 의료정책들을 개선하기 위해 한의계에서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에 지속적인 건의를 하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한의사협회에서는 법률 개정의 근거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 발송 및 규정 개정을 통해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가 사용 가능하다는 로펌들의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이 역시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복지부 관련 부서와의 통화에서도 기존의 판례만을 언급하는 등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보건복지부에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판례는 2011년 5월 대법원이 선고한 것으로, 한의사가 한의원에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선 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해 환자들을 상대로 성장판검사를 한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했던 판례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법은 의료체계 이원성 및 의료인 임무, 면허 범위 등에 비춰 의료기관에 한의사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이 안전관리책임자를 둬야 하는 의료기관에 한의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한의사가 성장판검사를 한 것이 한의사 면허 범위 이외 의료행위를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기기가 학문 분류하거나 의료행위 분류하는 기준 될 수 없다
이러한 판결과 관련 사공영호 평택대 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의 기고를 통해 “엑스선을 발견한 뢴트겐이나 전산화단층촬영(CT)을 발명한 Hounsfield·Ambrose는 물리학자이며, MRI 개발로 의학노벨상을 받은 Lauterbur·Mansfield는 화학자와 물리학자였다”며 “이들은 물질에 관한 기초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해 영상의료기기들을 만든 것으로, 한의사나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이 기기들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이 기기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인 만큼 기기가 학문을 분류하거나 또는 의료행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적 정책에 의해 더 이상 의료인 의무 제한받아서는 안된다
한편 의료법 제1조에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했으며, 제2조에는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라는 의료인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의료인인 한의사가 더 이상 국가의 차별적인 정책 및 각종 규제로 인해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의료인의 의무를 제한받아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 이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진단받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한의사에게 모든 의료기기를 활용한 검사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 자체는 허용하되 국민건강 증진의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한의사의 판단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과정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양의사들의 눈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이원화체계에 걸맞게 차별받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규제를 시급히 개선하는 것은 물론 향후에도 양의학 일변도의 정책 수립이 아닌 한·양의학간 균형잡힌 의료정책을 수립하는데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강환웅 기자 [khw@akom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