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전문적인 지식 요구돼 검토할 시간 필요”
한의사협회, “예상했던 일, 지속적인 정책 개선 노력”
천연물신약 관련 고시 무효소송 2심 판결이 내년 이후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4일 열린 3차 변론에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사건이다 보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변론을 종결하지 않은 채 자료를 검토한 후 추후 기일을 잡겠다고 밝혔다.
사실 2차 변론을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재판부는 3차 변론 후 판결 기일을 잡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현재로서는 언제 다시 재판이 진행될지 미지수다. 빠르면 내년 중반에, 경우에 따라서는 1~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추후 일정을 잠정 보류한 것이 향후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를 놓고도 무수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 논리 승부가 아닌 세를 과시하는 형국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이하 한의협)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사안이 중요하고 시기적으로도 이번 재판부가 판단을 하지 않고 다음 재판부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의협 관계자도 “사안이 중요한 만큼 재판부의 판결이 길어질 것이라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이번 소송은 1심 승소로 한의협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식약처의 변론에 모순점이 많다 보니 논리로 승부하기보다 세를 과시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최종 판결이 나와야 해당 고시와 관련 법률의 개정이 이뤄지겠지만 그 이전에도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은 놓치지 않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한약을 천연물신약으로 개발하는 것을 막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한약제제를 발전시키고 육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서는 천연물신약 고시 명백한 위법 사유 판결
한편 지난 1월 9일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한의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고시로 인해 한의사는 기존의 질병 또는 새롭게 나타난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거나 기존에 존재한 처방을 응용, 발전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없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고 생약제제 개념이나 천연물신약의 범위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할 합리적인 근거 없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제외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고시를 규정함에 따라 이 고시에서 규정된 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확인대상에 존재하는 위법사유는 중대하고 객관적으로도 명백해 무효하다고 판시했다.
의협, 제약회사 등 피고측 보조참가자 대거 합류
이와 함께 재판부는 식약처가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될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 과정에서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확인대상이 무효가 되더라도 식약처가 신속하게 대체입법을 마련함으로써(현재 이 사건 고시의 개정작업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음) 제조·수입한 의약품 및 천연물신약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입법의 부재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천연물신약의 외연이 넓어지고 한의사가 천연물신약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 패소한 식약처는 1월24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피고측(식약처) 보조참가자로 한국피엠지제약, 동아에스티, 에스케이케미칼, 안국약품, 녹십자,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했다. 이후 7월10일 1차 변론, 9월25일 2차 변론, 12월4일 3차 변론(미종결)을 가진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