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학 대비 선제적으로 한의학 장점 부각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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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한의학이 전통한의학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한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통합의학으로 갈 경우 한의학적인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현대한의학의 정체성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충열 교수(가천대 한의대)는 9일 서울 종로 토즈에서 열린 이화학당 정기 모임에서 ‘현대한의학의 정체성 문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충열 교수는 현대한의학을 ‘전통(traditional)’의학이면서도 ‘현대화’‘과학화’‘체계화’‘표준화’를 지향하고 있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한의학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생존을 위해 변화를 수용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서양의학, 중의학, 일본 한방의학, 보완대체의학 등 인접 분야 지식이 유입되면서 현대한의학으로 발전됐다. 그 결과, 한의학을 합리성·실증성을 중시하는 ‘근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지식체계로 구성, 근대적 형태의 대학 교육을 시행하며, 텍스트 중심, 도제식 교육에서 분과, 학교, 병원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또한, 진단, 치료기, 제형, 제제, 탕전기술이 개발되면서 치료도구도 현대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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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의학계 안에서는 현대한의학의 한의학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는데, 이충열 교수는 한의학 정체성 논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은 ▲현대한의학보다 전통한의학 기준 ▲표준적인(standard) 한의학 개념 부재 ▲미래 지향적이지 못한 정체성 논의 등이다.

이 교수는 “한의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정체성 논의들은 대부분 현재 한의학의 어떤 경향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돼 지나치게 논쟁적이고 부정적”이라면서, “한의학과 중의학의 차이에 대해 설명할 때 동의보감이나 향약 등을 예로 들어 한의학의 특성을 설명해 왔다. 현대한의학에 대한 예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유입은 한의학을 변화시키고, 한의학을 둘러싼 학문, 문화, 사회적 환경의 변화는 한의학 종사자들의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킨다”면서, “한의학의 정체성도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의 변화가 이전의 한의학이 유지해 왔던 중요한 특성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 수용의 방식을 취한다”고 덧붙였다.

즉, 한의학의 정체성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고, 인접한 다른 의학체계들과의 관계 속에서 ‘차이’의 능동적 실현을 통해 타자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래 사회와 의료 변화를 반영하는 현대한의학의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한약분쟁 당시 한의학에 대한 국민 인식과 현재 한의학에 대한 국민 인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한의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비우호적인 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의학계에도 통합의학 모델이 점차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통합의학을 하더라도 한의학적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면서 현대한의학의 정체성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의학은 점점 더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