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으로서 정체성 상실한 심평원, 심사 기준 공정성 우려

 

일선 한의원의 자동차보험 급여 청구가 불투명한 이유로 연이어 삭감되자, 심평원의 자보 심사가 한 사람의 자문위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 기준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자보 위탁의 명분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자문위원 ‘한마디’에 결정되는 심사 평가…의료 현장, 불만 폭주

 

A한의사는 코드가 바뀌면서 새로 생긴 근건이완수기요법과 도인운동요법에 대해 비용 산정을 청구했는데 3개월째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심평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정의, 시행매뉴얼, 금액산정이유, 환자 초진차트, 경과 차트’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 이미 비용 산정을 인정받았는데 서류를 왜 또 제출해야 하냐는 물음에 심평원 측으로부터 “자문 한의사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한의사는 “코드를 만들 당시, 이미 협회랑 학회 측과 상의해서 만들었을 텐데 코드 하나 달랑 만들어 놓고 자문위원 한 명이 최종 결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B한의사는 침전기치료와 간섭파를 동시에 청구했다 삭감 당했다.

분쟁심의위원회에서 ‘동시에 시술하고 청구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이 있고 심지어 자보가 심평원으로 이관되기 전에도 급여가 됐던 부분이다.

게다가 이미 학술적으로 서로 다른 의료행위로 증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이 “전기로 하는 똑같은 의료행위라 안 된다”고 일축했다는 것.

B한의사는 “이 둘이 서로 다른 행위라는 게 증명이 돼 있는데 대체 그 지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며 “기준을 제대로 정해줘야 맞게 청구할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이은 무더기 삭감…자문위원은 누구?

 

자동차보험 위탁심사를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3년 자보심사 4개부서와 기획부로 구성된 독립부서인 자동차보험심사센터를 신설했다.

또 자동차보험 환자의 특성을 감안한 심사 및 기준 설정 등을 위해 의료계, 보험업계, 학회, 소비자단체 등이 추천한 자동차보험심사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자문단내에 설치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문제는 손해보험협회 측의 추천을 받은 한의사 자문위원이다.

심평원이 심사 청구를 거절할 때마다 “한의사 자문위원이 판단할 결과”라고 둘러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의계에 번번이 자학적인 심사 기준을 내놓는 자문위원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그 자문위원이 존재하느냐부터 시작해 한의계 학회에 소속이 돼 있는지 뿐만 아니라, 실제 학문적으로 인정되는 부분까지 왜곡시켜서 개인적 의견을 우기는 행태로 보아 특정 손해보험회사에 로비를 받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등의 의혹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자문위원의 월권 ‘수수방관’하는 심평원…준정부기관 맞나

 

설사 상황이 그렇다 해도 심평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의료계 내의 평가다.

자문위원 한 명이 월권행위를 자행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뚜렷한 해결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자문위원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추천된 인사로 알려져 있다.

심평원이 보험회사로부터 연간 100억 원의 심사수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심평원이 ‘갑’인 보험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심사기준 설정 및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공성을 내세운 준정부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이득을 대변하고 있는 격이라는 것.

심평원이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손보 추천을 등에 업은 자문위원의 월권 행보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해당 자문위원은 자신이 1차 의료기관뿐 아니라 큰 병원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보와 관련한 확실한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심사부에 소속된 자문위원이 실세를 자처하며 얼마나 제도 자체를 흔들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에서는 심평원으로의 자보 이관 이후 추가적인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자보의 경우 충분한 준비 없이 심사 이관만을 추진한 결과, 미숙한 행정처리로 인해 의료계 전반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에서 공식적인 절차와 합의가 아닌 일개 심사위원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심사의 잣대를 댈수록 심평원이 자보회사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1월 15일   기사등록 :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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