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단체 질 수밖에 없는 협상…공단 제시액 수용안하면 패널티까지

최근 대한한의사협회 등 4개 공급자단체가 내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병원과 치과의 수가인상률이 결정되면서 모든 의약단체의 2016년 수가인상률이 확정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협상에 합의한 단체의 인상률은 한의 2.3%, 의원 2.9%, 약국 3.0%, 조산원 3.2%, 보건기관 2.5%이며, 협상이 결렬됐던 병원과 치과는 건정심에서 각각 1.4%와 1.9%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내년도 모든 종별 수가인상률 및 환산지수가 결정됐지만, 현행 수가협상체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공급자단체들은 ‘공급자 단체가 질 수밖에 없는 협상’임을 피력하며, 지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협상’이란 미명 하에 사실상 수가인상률 제한

사실 수가협상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협상’과는 양상이 매우 다르다. 얼핏 보기에는 7~8차례 협상을 거쳐 상호 간 합의하에 인상률이 결정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사실 협상의 우위는 건보공단이 쥐고 있다.
건보공단이 정해놓은 수가인상률 상한선을 공급자 단체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공단에서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수가인상률 결정은 건정심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건정심에서 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률보다 높은 수치를 결정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건정심에 중재를 요청해본들 오히려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패널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실제로 이번 수가협상 직후 재정소위에선 수가협상이 결렬된 병협 및 치협에 패널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얼마가 투입될지도 모른 채 협상 나서야 하는 공급자단체는 ‘난감’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대부분의 공급자단체는 7차례 이상의 협상과정을 거쳤다. 장기간 수가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고, 건보공단 협상단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들 정작 공급자가 가져갈 수 있는 벤딩폭(추가소요재정)은 재정소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재정소위에는 공급자의 의견이 직접 전달되는 통로가 전혀 없어 건보공단 협상단 측에 수가인상 필요성을 강조한들 재정소위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공급자단체들은 내년 수가인상에 얼마만큼의 재정이 추가로 투입될지 모른 채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총 계약 규모도 모른 채 상대방과 계약을 시도해야 하며, 그마저도 그 계약 안에서 공급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을 통해 순위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부대조건 제시…낮은 인상률은 부대조건 수용 안한 공급자 탓?

건보공단이 공급자단체에 제시한 ‘진료비 목표관리제’ 부대조건 역시 공급자 단체의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를 수용할 경우 수가계약 체결 시 보험자와 공급자가 가격과 양을 고려한 뒤 연도 목표비를 합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내후년 환산지수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다음연도 실제 진료비가 목표진료비보다 높으면 수가를 인하하고, 낮으면 수가를 인상하게 된다. 하지만 예고 없이 제시된 부대조건을 공급자 단체에서 검토할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많을수록 수가가 떨어지는 제도를 공급자들이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마땅치 않다.
실제로 이번 수가협상에서 부대조건을 수용한 공급자단체는 한 곳도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부대조건 제시가 야박한 수가인상률을 제시한 건보공단의 ‘면피용’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건보재정의 누적 흑자가 13조원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수가협상에 나섰던 공급자 단체들은 ‘올해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 속에 협상에 나섰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지난해보다도 줄어든 6503억원의 벤딩규모다.
물론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 한의건강보험의 경우 타종별과 달리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높은 수가인상률을 기록해 한 숨을 돌렸지만, 현재와 같이 일방적 수가협상 체계의 개선 움직임이 없다면 내년에도 대부분의 공급자 측은 뻔한 수치와 뻔한 과정을 거쳐 상한선이 강요된 수가인상률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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